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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민기라는 이름을 안 것은 어릴 적 흥얼거리던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과 '작은 연못' 그리고 송창식의 '내 나라 내 겨레' 등이 그의 노래란 사실을 알고서였다. 그보다 조금 후 몹시 좋아했던 '친구'도 그의 노래였다.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음악을 틀어주던 다방에서 '친구'를 신청했을 때, 디스크쟈키를 보던 사람이 김민기의 친구 LP판은 복사판(일명 빽판)도 청계천에서 삼만 원 넘게 줘야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며 무척 난감해하던 일이 있고 난 후, 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하기도 했었다. (그 당시 삼만 원이면 지금은 그 열 배도 훨씬 더 될 것 같다. 벌써 삼십 년은 지난 일이니까.)

 

그 후 매년 한두 번씩 하는 공연을 그의 '아침이슬'로 시작했던 교내 노래패가 펴낸 노래책을 통해, 그가 미술을 전공했으나 미술작품활동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낡은 호적등본(?) 한 장만을 떡 하니 붙인 것을 졸업작품전에 출품했다는 이야기 등을 비롯한 그의 작품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그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됐고 그의 노래들에 빠지기도 했었다.(영화 홀리데이에서 탈주한 친구들이 변장을 하기 위해 소품으로 들었던 대학교재 중에 그 책이 끼어있었음을 보고 무척 놀랍고도 반가웠다.)

 

그의 노래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는데, 입대 후 얼마 안되어 열린 대대 장기자랑 중 다른 중대 고참병장과 일등병이 함께 기타를 치며 불렀던 김민기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친구'를 들었을 때였다. 다행히 옆에서 함께 앉아 있던 고참이 남 모르게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의 노래들은 그 당시의 시대상과 어울려 들을 때마다 한없이 가슴을 아리게 했는데, 그 중에서도 '잘 가오'란 노래는 짧으면서도 들을 때마다 뭉클한 노래이다.


잘 가오


– 김민기 –

 

먼 길 가는 친구야 이 노래 들어요
나 가진 것 하나 없이 이 노래 드려요

언제나 또 다시 만나게 될는지


잘 가시오 친구여 부디 안녕히

언제나 또 다시 만나게 될는지
잘 가시오 친구여 부디 안녕히


 

얼마 전 '거리에서'부터 좋아했던 김광석의 노래를 검색하다가 아주 익숙한 노래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정호승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부치지 않는 편지'였다. 그 노래가 왜 익숙했을까를 생각하다가 '공동경비구역 JSA'에 실린 노래란 걸 알게 됐다.

 

시를 쓴 시인이나 노래를 부른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이 두 노래는 왠지 하나의 정서로 이어진 듯하다.

 


부치지 않은 편지


- 김광석 –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 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부치지 않은 편지'를 다섯 번 반복하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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