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은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순흥면과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주봉은 해발고도 1,440 미터의 비로봉이다. 도솔봉(1,314m)을 시작으로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국망봉(1,421m) 등이 연봉을 이루고 있다.
남동쪽 사면은 급경사를 이루며, 낙동강의 지류인 죽계천이 발원한다. 북서쪽에는 완경사의 고위평탄면이 나타나며, 남한강의 지류인 국망천이 발원한다.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남서쪽 능선에는 주목군락(천연기념물 제244호)이 절경이며, 6월에는 능선을 따라 철쭉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룬다.
오늘 산행은 삼가리 주차장을 들머리로 하여 비로사를 지나 비로봉 정상에 오르고, 주목군락지를 통과하여 연화봉 북쪽의 계곡길을 따라 천동을 날머리로 하는 경로이다.
정상에서 해맞이를 하기 위한 시간 계산이 있었으므로, 하늘엔 "유리세공품 같은"(이외수 님 표현 쌔벼 옴) 밤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으나, 주변은 한 치 앞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어두운 새벽길을 출발하였다.
자칫 표지판이 없었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만큼 어두운 가운데 비로사의 일주문을 지나고
잔설이 조금은 남아 있는 밤길을 오른다. 숲 위로는 마치 한 여름밤 파도 소리 같기도 하고, 폭우가 그친 후 성난 계곡 물소리와도 같은 세찬 바람 소리가 쉼 없이 귓전을 울리고 있다.
이윽고 랜턴이 필요 없을만큼 날이 밝았고,
정상 가까이의 능선들이 희뿌연하게 밝아올 무렵
동녘이 오렌지 빛으로 찬란히 물들어 온다. 야간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가슴이 벅차 오르는 순간이다. 이 맛에 밤길을 오른다.
정상을 몇 백 미터 앞 둔 지점이었으나 조망이 좋아 바람 세찬 정상보다는 이 곳에서 해를 맞기로 하였다.
오렌지 빛 하늘 아래 시커먼 어둠을 뚫고 작은 불덩어리가 치솟는 듯하더니
아침 해가 말간 얼굴로 어둠을 헤친다.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너른 바다 속에서 솟아 오르는 것 같은 아침 해를 벅찬 감동으로 맞았다.
아침 햇살 아래 빛나는 바람 세찬 정상
멀리 국망봉이 희뿌연 운무 속에 어둠을 털어내고 있다. 그 뒤로 짙은 운무...
정상 부근의 상고대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반겨 준다.
이젠 모든 산줄기들이 아침 햇살 아래 잠에서 깨어나고
정상에서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엔 아직 인적이 없다.
비로봉 정상. 몸이 흔들릴 정도의 세찬 바람에 쌓인 눈이 모두 날려 버린 듯하다.
중앙 왼 편의 제1연화봉과 바로 뒤 소백산 천문대, 그리고 중앙 멀리 제2연화봉이 통신탑과 함께 희미하다.
계단 지주와 밧줄에 맺힌 상고대가 마치 장식처럼 보인다.
아침 햇살을 배경으로 상고대로 장식한 작은 관목들이 꿈결 속에 서 있는 듯하다.
어린 주목 군락과 잎을 장식한 상고대. 뒷편으로 보이는 비로봉 정상에는 여전히 바람이 세차다.
시린 손과 발을 느낄 수도 없을 만큼 내 마음과 눈은 황홀경에 빠져 있다. 이런 장면을 몇 장 사진에 옮긴다는 것이 지나친 욕심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산줄기들의 윤곽이 좀 더 분명해진다. 먼 능선들은 짙은 운무에 동양화 같은 분위기를 보여 준다.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연화봉을 우회하여 천동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
어른 품으로 두 아름은 됨직한 주목
마치 누군가가 작품으로 설치해 놓은 듯한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간다는 주목. 하기는 자연의 이뤄놓음을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북서쪽 사면은 아직도 햇살이 이르지 못했다.
멀리 산 아래 쪽은 짙은 운무에 잠겨 있다. 예서 멀지 않은 신선봉에서의 환상적인 운해에 취했던 기억이 새롭다.
얼어 붙은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에 달아오른 발을 잠시 담그고...^^ (5 분을 넘기기 힘들었다)
허영호 기념비가 서 있는 소백산교를 지나 단양으로 향한다.
단양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도담삼봉. 아쉽게도 수위가 매우 낮아 기대했던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소백산은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태백산, 지리산 등과 함께 겨울 산행지에 반드시 꼽히는 겨울 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다. 이번 산행은 예상했던 것 보다도 날씨가 좋아 대단히 만족스런 경관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년 철쭉 필 때쯤에나 다시 오게 될 것 같다. 안녕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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